퇴사와 이직으로 직장을 떠날 때 남은 대납의 정산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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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가 정해지면 그동안 애매하게 둘 수 있었던 직장의 빌린 돈에 갑자기 기한이 붙습니다. 송별 분위기가 금액 이야기를 밀어내는 이유, 떠나는 쪽과 남는 쪽의 난이도 차이, 마지막 날까지 정리해둘 것을 정리했습니다.
퇴사나 발령이 정해지면 업무 인수인계 목록이 만들어집니다. 담당하던 건, 거래처 연락처, 공유 폴더의 위치.
그 목록에 오르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동료 사이에 남아 있는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의 빌린 돈입니다. 아무도 인계 사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회수할 수 없게 됩니다.
퇴사가 정해진 순간, 빌린 돈에 기한이 붙는다
직장의 소액 대납이 방치되는 건 기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일도 만날 수 있다면 오늘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 판단이 매일 갱신됩니다.
퇴사는 그 전제를 무너뜨립니다. 언제든 괜찮았던 것이 그날까지로 바뀝니다. 바뀌는 건 금액도 관계도 아니고 마감의 유무뿐입니다.
까다로운 건 이 변화가 조용히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그만두는 건 전원이 아는데, 빌린 돈이 있다는 건 당사자들만 압니다. 주변에서 그건 어떻게 하냐고 묻지 않으니, 떠올릴 기회가 없는 채로 마지막 날이 옵니다.
송별 분위기가 금액 이야기를 밀어낸다
퇴사 전 몇 주는 직장이 평소와 다른 온도가 됩니다. 송별회 상의, 롤링 페이퍼, 마지막 인사. 관계를 좋은 형태로 마무리하려는 공기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이 공기 속에서는 금액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몇 년을 함께 일한 상대에게 마지막 주에 15,000원을 청구하는 건 감정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삼킵니다. 그리고 삼킨 쪽만 그 금액을 계속 기억합니다. 송별 분위기는 금액을 지우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없게 만들 뿐입니다. 몇 달 뒤에 떠올렸을 때, 이미 연락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떠나는 쪽과 남는 쪽은 꺼내기 쉬운 정도가 다르다
같은 빌린 돈이어도 어느 쪽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떠나는 쪽에서 빌려준 몫을 달라고 하는 건 비교적 통합니다. 매듭이 지어지는 쪽이라 정산이라는 말에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는 쪽에서 떠나는 사람에게 청구하는 건 훨씬 어려워집니다. 떠나는 사람을 쫓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비대칭은 실무적으로 이렇게 풀 수 있습니다. 떠나는 쪽이 자기가 빌린 것도 빌려준 것도 모두 먼저 꺼내놓는 것입니다. 스스로 목록을 보이면 남는 쪽은 청구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입장이 약한 쪽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 형태로 만드는 게 마찰이 가장 적은 순서입니다.
말투가 고민이라면 친구에게 “돈 돌려줘”라고 말하는 법의 예문이 직장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인계해야 할 건 금액이 아니라 기록
정산은 금액을 확정하는 작업이라고 생각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확정하기 전에 필요한 게 있습니다. 무엇이 몇 건 남아 있는지의 목록입니다.
기억만으로 목록을 만들려고 하면 반드시 빠집니다. 반년 전 점심값, 두 달 전 택시비, 지난주 회식. 금액이 작은 것일수록 떠올리는 순서의 뒤로 밀립니다.
매일의 기록이 있으면 이 공정은 사라집니다. Evere의 정산 화면을 열면 누구와 누구 사이에 얼마가 남았는지가 집계된 상태로 나오므로, 마지막 날까지 할 일은 기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온 금액을 건네는 것뿐입니다. 일상적인 기록 방식은 동료와의 점심값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덧붙여 부서의 적립금을 맡고 있다면 별개의 작업입니다. 잔액과 구매 내역과 참여자 목록을 넘겨야 하고, 이쪽은 직장의 커피와 간식값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에 금액을 남기지 않는다
퇴사 시 정산에서 목표로 해야 할 건 전액을 회수하는 게 아닙니다. 금액의 기억을 어느 쪽에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만 원의 빌려준 돈을 포기하는 건 상관없습니다. 다만 포기하기로 했다면 상대에게 전하세요. 그건 이제 됐다는 말을 들은 쪽은 그걸 받아들이고 끝낼 수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포기하면 상대는 빌린 채라고 계속 생각하거나 애초에 잊고 있거나 둘 중 하나가 되고, 어느 쪽이든 뒷맛이 나쁘게 남습니다.
직장을 떠날 때 끊기는 건 계약과 자리뿐입니다. 금액의 기억은 그보다 오래 남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숫자를 0으로 해두는 건 사무 절차가 아니라, 그 관계를 다음 형태로 옮기기 위한 준비에 가깝습니다.